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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Kpop, Fandom and Cultural Practices

2025-09-29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개최한 제2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 둘째 날, 글로벌 한류팀은 「Kpop, Fandom and Cultural Practices」 세션을 진행하였다. 조영한(한국외국어대학교)의 사회 아래 윌리엄 던클(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타비타 아들러(Goethe University Frankfurt), 임혜미(Université Paris Cité), 쑨 메이청(Beijing Language and Culture University)이 각각 한국의 e스포츠 팬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K-pop 포토카드, 프랑스의 K-pop 커버댄스, 베이징의 K-pop 및 스트리트댄스 교사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번 세션은 K-pop의 세계적 확산을 문화콘텐츠의 소비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팬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노동과 공동체, 물질문화와 도시공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첫 번째 발표에서 윌리엄 던클은 “‘Anything to Say to Your Fans?’: Gendered Fandom and Labor in Korean Esports”를 통해 한국 e스포츠의 팬덤과 젠더, 노동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게임과 e스포츠가 전통적으로 젊은 남성의 문화로 인식되어 온 것과 달리, 한국의 오프라인 e스포츠 현장에서는 여성 팬들이 팬문화의 조직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와 방송진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포토카드와 선물을 교환하며, 팀을 위한 물품을 직접 제작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팬문화는 K-pop 팬덤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선수의 성장과 경기결과뿐 아니라 선수와 팬, 방송자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와 이야기가 팬덤을 형성하며, e스포츠는 경기실력만을 소비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정동적 관계가 생산되는 문화적 공간이 된다. 그러나 여성 팬의 활발한 참여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프로선수 진출과 e스포츠 노동시장 참여에는 여전히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의 e스포츠는 여성 팬들이 기존 스포츠 팬덤을 변화시키는 공간인 동시에 젠더화된 노동구조가 지속되는 복합적인 장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발표에서 타비타 아들러는 「Self-Made K-pop Photocards in South Africa: Local Fan Practices as a Way of Dealing with South Korean Popular Culture」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팬들의 포토카드 제작을 분석하였다. 남아프리카에서 K-pop의 인기는 빠르게 확대되었지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제공하는 공식 콘텐츠와 상품의 유통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수입비용 역시 높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 팬들은 직접 포토카드를 제작하고 판매하거나 교환하면서 공식 문화산업이 남겨놓은 공백을 채우고 있었다.

팬메이드 포토카드 제작에는 팬덤 내부에서 어떤 이미지와 의상, 순간이 의미를 갖는지를 판단하는 지식과 취향이 필요하다. 현지의 젊은 팬들은 이러한 지식을 활용해 상품을 제작하고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때로 작은 규모의 창업활동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포토카드는 또한 개인적인 팬 정체성을 공공공간에 드러내고 다른 팬을 발견하게 만드는 표지가 된다. 이를 통해 남아프리카의 K-pop 팬들은 단순한 문화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가 현지에서 유통되고 가시화되는 방식을 직접 만들어가는 문화적 생산자로 나타났다.

세 번째 발표에서 임혜미는 「Performing Korea: K-pop Cover Dance and the Transformation of Public Space in France」를 통해 프랑스 청년들의 K-pop 커버댄스가 도시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았다. 프랑스의 K-pop 커버댄서들은 YouTube, TikTok, Instagram 등을 통해 안무를 배우고 크루를 구성하며, 라데팡스나 프랑스국립도서관 주변, 지하철역과 에펠탑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연습하고 공연하거나 영상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K-pop과 무관했던 도시공간은 청년들의 연습실이자 공연장, 문화적 만남의 장소로 새롭게 사용된다.

커버댄스 크루에는 한국계뿐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참여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안무는 이들의 몸을 통해 프랑스의 도시공간에서 다시 수행되고, 촬영된 영상은 다시 온라인으로 유통된다. K-pop은 이 과정에서 단순히 한국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공동체와 예술적 정체성, 소속감을 만들어가는 초국적 문화실천이 된다. 동시에 참가자들은 시간과 비용의 부담, 무급노동, 인종주의와 외모비하, 성차별과 동성애혐오, 공공공간에서의 규제와 방해 등 다양한 제약에도 직면한다. 도시공간을 새롭게 점유하는 창조적 가능성과 사회적 취약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쑨 메이청은 「K-poppers and Hip Hoppers in Beijing: Dance, Professions, and Mobilities」에서 베이징의 K-pop 댄스교사와 스트리트댄스 교사를 비교하였다. 중국에서 K-pop 댄스는 스트리트댄스와 함께 댄스스튜디오에서 가르쳐지는 하나의 전문분야로 자리 잡았지만, 두 집단이 형성하는 직업적 정체성과 경력경로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일부 K-pop 댄스교사는 아이돌 연습생을 경험하거나 직접 아이돌 데뷔를 목표로 하며, 다른 이들은 커버댄스와 튜토리얼을 소셜미디어에 지속적으로 게시하면서 영향력을 만들어간다. 발표는 이들의 지리적·사회적·가상적 이동성이 직업적 정체성과 업계 내 위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네 발표를 연결하는 공통의 문제로 젠더와 물질문화, 공간과 이동성, 진정성과 노동이 논의되었다. 한국 e스포츠의 여성 팬들은 기존의 남성 중심 스포츠문화를 변화시키면서도 여전히 젠더화된 노동구조와 마주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의 팬들은 글로벌 문화산업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상품과 인프라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프랑스와 중국의 K-pop 댄서는 한국의 안무를 각 지역의 공공공간과 직업세계 속에서 다시 수행하면서 새로운 정체성과 이동의 가능성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규제와 차별, 불안정한 노동조건과도 마주한다.

특히 토론에서는 글로벌 문화가 이동할 때 ‘로컬’과 ‘글로벌’을 단순히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한국 e스포츠는 한국의 지역적 사회조건 속에서 발전했지만 동시에 세계 e스포츠의 제도와 경기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K-pop 포토카드와 커버댄스, 댄스교육 역시 한국에서 출발한 문화형식을 공유하면서도 남아프리카, 프랑스, 중국의 사회적 조건과 만나 서로 다른 문화적 의미를 만들어낸다.

2025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Kpop, Fandom and Cultural Practices

이번 세션은 K-pop의 세계화를 동일한 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기보다, 팬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K-pop을 다시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으로 조명하였다. 팬은 더 이상 완성된 문화상품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이들은 e스포츠 팬문화를 조직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문화를 생산하며, 도시의 공간을 새로운 무대로 바꾸고, 팬 활동을 전문적인 경력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K-pop은 여러 지역의 젠더관계와 노동, 미디어와 도시공간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실천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