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개최한 제1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의 「Global Perspectives on Hallyu」 세션에서는 한류를 단순히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한류의 역사적 형성과 세계적 유통, 지식생산과 탈식민화, 문화유산, 정체성의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였다. 진달용(Simon Fraser University) 교수의 사회 아래 홍석경(서울대학교), 조영한(한국외국어대학교), 엄해경(University of Liverpool), 박소정(서울대학교), 김성민(Hokkaido University)이 발표하였다. 공식 프로그램에는 각각 한류의 이론화, 한류 연구의 탈식민적 지식생산, 한류의 문화유산화, K-뷰티의 포스트식민적 의미, 일본에서의 한류와 대중음악 범주의 재구성을 주제로 한 발표가 배치되었다.
먼저 홍석경 교수는 「Introduction: Theorizing Hallyu」를 통해 한류와 새로운 현대한국학 사이의 관계를 제시하였다.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러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현대 한국사회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미디어, 사회적 경험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지식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한류를 ‘역사화하고, 이론화하고, 탈식민화’함으로써 한국을 기존 발전주의적 설명을 넘어 보다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동시에 영미·유럽 중심의 지식생산 구조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조영한 교수는 「Institutionalizing Hallyu Studies: De-colonial Knowledge Production through the Historical Landscape of East Asian Pop Culture」에서 한류 연구를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제도화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한류는 한국만의 고립된 문화적 성공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도시화, 미디어산업의 성장과 홍콩·일본·대만 등 지역 문화의 상호교류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는 아시아 연구자들이 서구의 이론만을 일방적으로 참조하기보다 서로의 연구와 경험을 비교하는 ‘Inter-Asia referencing’과 ‘지식의 지정학’을 강조하며, 비서구 사회를 단순한 사례로 취급해온 기존 세계 학계의 위계를 넘어서는 탈식민적 지식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엄해경 교수는 「When Does the Korean Wave Become Cultural Heritage?: Selective Canonization and Institutionalization of South Korean Popular Culture」에서 한류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문화유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였다. 런던 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주의 지역 전시 등을 비교하면서 한류가 박물관에 전시되는 순간 어떤 콘텐츠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선택되는지, 국가와 지역, 관객에 따라 한류의 역사와 ‘한국성’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박물관은 한류를 정전화하고 국가와 기업의 소프트파워를 구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수집과 기억, 지역적 경험을 포함하는 상향식 문화유산 형성의 가능성도 제공한다고 설명하였다.
박소정 연구자는 「Decolonizing Beauty?: A Postcolonial Perspective on K-Beauty」에서 K-뷰티를 인종과 정체성,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권력관계가 교차하는 현상으로 분석하였다. K-뷰티가 아시아 여성들에게 기존 서구 중심의 미적 기준과 다른 새로운 자기표현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인종화된 아시아인의 이미지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한편, 한국의 미적 규범 역시 색채주의와 새로운 문화적 위계를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디지털 보정과 SNS, K-pop 스타 이미지와 뷰티 콘텐츠가 개인의 외모를 보다 유동적으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소비주의와 기술 접근성에 따른 새로운 불평등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K-뷰티의 탈식민적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성민 교수는 「Hallyu in Japan: Recategorizing Popular Music and Identities」를 통해 1970년대 ‘Korean enka’에서 오늘날 K-pop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분류되고 재분류되어 온 역사를 추적하였다. 2000년대 이후 K-pop이 독자적인 음악적·문화적 범주로 형성되면서 일본 음악산업의 기존 구분뿐 아니라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 서구와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는 방식도 변화하였다. 정치적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K-pop 시장이 성장하고, 동시에 반한류·혐한 담론이 등장하는 과정은 한류가 한일관계와 일본의 민족적 자기인식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일본의 음악인들이 K-pop 산업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K-pop과 J-pop의 경계 자체도 더욱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계화된 한류를 이해하는 데 동아시아적 관점이 여전히 필요한지, 한류의 문화유산을 누가 선택하고 보존하는지, K-뷰티의 탈식민적 해석에서 ‘서구’와 ‘백인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류가 일본의 음악시장과 국가적 자기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등이 논의되었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은 동아시아를 더 이상 불필요한 분석단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중심적이거나 서구 중심적인 한류 이해를 넘어 여러 지역을 서로 참조할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마지막 질의응답에서는 세계 대중문화 속 한류의 존재가 장기적으로 정착하는 것과 달리, 해외 대학에서 현대 한국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한국학의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세계적으로 확대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지속적인 교육과 연구, 연구자 간 네트워크로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논의되었다. 한류는 전통적인 언어와 역사 중심의 한국학에서 현대사회의 문화와 미디어, 정치와 사회적 변화까지 연구범위를 확장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의 발표들은 한류를 한국이 세계에 ‘수출한’ 문화콘텐츠의 집합으로만 이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한류는 동아시아와 세계의 문화가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역사적 과정이고, 무엇을 한국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공간이며, 기존의 문화적·학문적 위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현상이었다. 따라서 한류 연구는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현대 한국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이해되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과 문화의 중심·주변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현대한국학의 중요한 장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