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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K-Future

2024-09-01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개최한 제1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의 네 번째 세션으로 「K-Future」가 진행되었다. K-Future 팀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미래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가 어떠한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연구한다. 세션에서는 김홍중(서울대학교)과 나탈리 루카(Nathalie Luca,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기조발표를 중심으로 생존주의와 낙관주의, 청년의 소진과 금융화, 미래의 불가능성과 권태 등 현대 한국의 미래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였다. 공식 프로그램에는 두 기조발표가 각각 「Toward a Symptomatology of K-Future」와 「What Is Optimism?」으로 소개되었다.

먼저 김홍중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를 움직여온 핵심적인 심리사회적 동력으로 ‘생존주의(survivalism)’를 제시하였다. 현대 한국인은 산업발전과 민주주의, 신자유주의적 경쟁 등 서로 다른 시대의 가치와 논리를 동시에 받아들이며 살아가는데, 김 교수는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을 흡수하고 작동시키는 공통된 형식을 생존주의에서 찾았다. 생존주의는 단순한 개인적 이기심이 아니라 생존을 가치의 최상위에 놓게 만드는 일종의 사회적 ‘운영체계’이며, 근대 한국이 경험한 제국주의적 위기와 냉전·한국전쟁,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속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반복되어 왔다.
김 교수는 동시에 21세기의 생존주의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특히 비거니즘과 같은 젊은 세대의 실천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강화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의 삶을 함께 고려하려는 새로운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를 자기 존재의 강화와 대비되는 ‘자기비움’의 생존주의 가능성과 연결하며, 한국사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생존의 논리가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윤리와 삶의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였다.

이어 나탈리 루카는 「What Is Optimism?」에서 ‘행동하는 낙관주의’와 단순한 ‘긍정적 사고’로서의 낙관주의를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낙관주의는 미래가 잘될 것이라고 믿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재의 시간과 공간,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욕망과 이상에 충분히 연결된 상태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구체적인 기회를 발견하고 행동하는 능력이다. 반대로 현실의 조건과 단절된 긍정적 사고는 기업과 스타트업의 성과주의적 문화 속에서 오히려 불안과 번아웃을 심화시킬 수 있다.

루카는 이러한 관점을 한국사회의 변화와 연결하여, 전후 발전과정에서 현실의 조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행동하는 낙관주의’가 경제발전과 신자유주의의 확산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긍정적 사고를 요구하는 형태로 바뀌어온 것은 아닌지 질문하였다. 특히 타인과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눈치’가 경쟁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자기관리의 기술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사람들이 탈인간화된 노동환경 속에서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을 향후 연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기조발표에 이어 K-Future 팀 연구자들은 각각의 연구주제를 ‘증상학’과 연결하였다. 김정하 교수는 끊임없는 생산성과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청년층의 ‘갓생’ 문화에 주목하고, 높은 성취욕과 극심한 소진, 낙관주의와 우울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신자유주의적 생존주의의 정동적 증상으로 분석하였다. 영화 《버닝》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한국 청년 프레카리아트의 분노와 피로를 살펴보는 것이 그의 연구과제로 제시되었다.

이동신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미래가 점차 불가능하거나 이미 결정된 것으로 경험되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그는 초저출생과 높은 자살률을 이러한 미래감각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보고, 한국의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K-몬스터’의 끊임없는 투쟁과 반복 역시 다른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였다. 동시에 ‘깊은 권태(profound boredom)’가 현재의 논리와 단절하여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잠재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승철 교수는 청년 암호화폐 투자와 투자자문 유튜브를 통해 금융화된 사회에서 미래가 어떻게 계산되고 서사화되는지를 탐색하였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미래는 확률과 데이터로 계산되는 대상인 동시에 여전히 불확실하고 변화 가능한 대상으로 간주된다. 그는 한국의 투자 유튜버들이 숫자와 그래프 같은 객관적 지표에 특정한 미래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금융화가 청년세대의 미래감각과 삶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하였다.

2024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K-Future

이날의 발표들은 서로 다른 현상을 다루었지만, 모두 현재의 한국사회를 미래와의 관계 속에서 읽으려 했다는 점에서 연결되었다. 생존을 최우선으로 만들어온 역사적 경험, 현실과 단절된 낙관주의와 자기계발, 성공을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관리하면서 소진되는 청년, 다른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문화적 감각, 그리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계산하고 예측하려는 실천은 모두 한국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상’으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K-Future 세션에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예측하는 대상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감정과 생활양식, 문화, 경제적 실천 속에 이미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분석적 관점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미래의 증상학’은 현대 한국의 현재를 통해 어떤 미래가 가능하거나 불가능해지고 있는지를 질문함으로써,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간적 관점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