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는 이틀간의 발표와 토론을 종합하고 향후 현대한국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라운드테이블로 마무리되었다. 공식 프로그램에는 「Roundtable Discussion」으로 소개된 이번 세션에서는 “Contemporary Korean Studies 2.0”을 핵심 의제로 이은정(Freie Universität Berlin), 하용출(University of Washington), 권형기(Seoul National University)가 먼저 유럽 한국학의 변화, 한국 근대화 연구의 과제, 서울대학교 현대한국학 연구의 향후 방향을 제시한 뒤 참석자들과 자유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이은정 교수는 유럽 한국학이 양적·질적인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기존의 언어·문학·역사 중심 연구에 더해 현대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적 접근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하면 한국학이 독립적으로 제도화된 대학은 아직 많지 않으며, 유럽의 정부기관이나 싱크탱크에서도 한국을 전문적으로 이해하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는 특히 한류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이라는 매개 없이 한국을 직접 접한 유럽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장기적으로 한국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기 성과를 넘어선 교육과 교류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하용출 교수는 이틀간 논의된 다양한 주제를 ‘진행 중인 한국의 근대화’라는 관점에서 종합하였다. 한류와 문학, 종교, 정치경제, 생존주의 등 서로 다른 현상들은 한국과 세계가 여러 방향에서 상호작용하며 한국사회와 ‘한국성’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논의가 한국을 외부에 소개하는 지역적 사례로만 보는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 자체를 통해 보다 일반적인 학문적 질문을 제기하는 ‘탈주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하 교수는 한국사회가 국가주도의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결합한 독특한 근대화 경로를 거쳤으며, 경제발전과 민주화 이후에도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제도와 가치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현대한국학은 기존의 보편적 이론을 한국 사례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한국사회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과학과 역사학, 한국연구와 해외 지역연구 사이의 경계를 넘어 비교적·초학제적 연구를 발전시키고,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 제기하는 고유한 질문을 세계의 학술논의와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권형기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연구단의 향후 계획인 「Contemporary Korean Studies 2.0」으로 구체화하였다. 오늘날 세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K-pop과 드라마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민주주의, 과학기술, 종교와 가치, 사회와 생활양식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한국학의 연구영역은 이러한 다양한 관심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현대 한국을 연구하는 여러 학문분야는 서로 분절되어 있으며, 확대된 국내외 연구지원 역시 연구성과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구조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세 가지 ‘미스매치’를 지적하였다.
이에 Contemporary Korean Studies 2.0은 현대한국 연구의 범위를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기술·음악 등으로 확대하고, 이들을 연결해 새로운 학제적 연구의제와 이론을 발전시키며, 국내외 연구성과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글로벌 연구허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단은 국제학술대회와 연구 네트워크뿐 아니라 학술출판, 연구지원, 디지털 아카이브와 데이터베이스, 교육 및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기반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고립된 ‘한국적 특수성’의 사례로 다루기보다 비교적 관점과 보편적 인류사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어진 토론은 이러한 목표를 한 단계 더 확장하였다. 참석자들은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과 같은 기존의 학문적 도구를 활용해 한국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기존 학문 자체에 새로운 질문과 개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외부의 이론을 한국에 적용하는 ‘outside-in’의 연구와 함께, 한국의 역사적·사회적 경험에서 출발해 세계의 기존 지식에 기여하는 ‘inside-out’의 현대한국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는 또한 ‘한국성(Koreanness)’이나 현대한국학의 본질을 하나의 고정된 정의로 확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한국성 자체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여러 분야와 연구자가 제시하는 서로 다른 부분적 관점을 연결하는 과정이 현대한국학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더 나아가 해외의 ‘Korean Studies’와 한국 내부의 ‘한국 연구’, 내부자와 외부자라는 구분 자체도 세계화된 학술환경에서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한국학은 이러한 경계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열린 연구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제1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다양한 주제를 하나의 단일한 ‘한국적 본질’로 수렴시키기보다, 현대 한국의 경험이 기존의 학문적 범주와 이론, 비교의 방식을 어떻게 새롭게 질문하게 하는가라는 공통의 문제로 연결하였다. 현대한국학은 한국을 더 많이 설명하기 위한 연구인 동시에, 한국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는 기존의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1회 국제학술대회는 현대한국학의 다음 단계가 연구대상의 단순한 확대에만 있지 않음을 제시하였다. 서로 분리되어 있던 분야를 연결하고, 한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경험에서 새로운 연구질문을 발견하며, 이를 세계의 연구자들과 비교하고 이론화하는 지식생산의 장을 구축하는 것—바로 이것이 「Contemporary Korean Studies 2.0」이 지향하는 새로운 현대한국학의 방향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