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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A Thanatology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2026-08-22

서울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A Thanatology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세션에서 미래팀은 국가의 애도, 포스트-아포칼립스적 상상력, ‘빨리빨리’의 시간성이라는 세 가지 상이한 장면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죽음’을 조명하고자 했다. 해당 세션의 사회를 맡은 강재호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표현처럼, 세 발표는 각기 다른 대상과 이론적 관점을 통해 죽음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1. 국가는 어떻게 죽음을 애도하는가: 애도의 실패와 영속적 멜랑콜리

근대국가의 뼈대에는 피비린내 나는 종교 내전을 극복하며 형성된 ‘교회와 국가의 분리’라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구원과 영생을 다루던 기독교적 정치신학은 세속 정치에서 철저히 탈정치화되었다. 그렇다면 종교적 의례가 배제된 상태에서 국가는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할까? 김항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Political Theology and Permanent Melancholy” 발표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국가 주도의 추모 과정을 들여다보며 이 질문을 제기했다. 특히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기독교적 정치신학이 부재했던 한국의 특수한 맥락에 주목하며, 한국의 국가적 애도가 성공적인 ‘애도 작업(Trauerarbeit)’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프로이트가 말한 ‘영속적 멜랑콜리(permanent melancholy)’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역설을 포착하고자 했다.

2. 재난 영화가 폭로하는 자본의 두 가지 죽음 충동

세계의 끝을 상상하는 것이 곧 자본주의 자체를 상상하는 방식이 된 오늘날, 스크린 속 재난은 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하고 있을까? 이승철 교수(서울대 인류학과)는 “Capital’s Two Death Drives”를 제목으로, <설국열차>(2013)와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를 비교하며 자본의 두 가지 ‘죽음 충동’을 살폈다. <설국열차>의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차가 반복되는 위기와 관리된 반란을 통해 프로이트의 ‘반복강박’과 자본주의적 착취(exploitation)를 드러낸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아파트는 외부 자원을 소진하며 폐쇄적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대추구와 신봉건주의적 수탈(expropriation)의 양상을 보여준다. 발표는 이 두 체제를 대비함으로써 반복과 정체가 지속되는 조건 속에서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했다.

3. 디지털 가속화와 K-타임: ‘빨리빨리’ 삶의 죽음과 연장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압축적 성장을 이끌어 온 ‘빨리빨리’ 문화는 21세기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동신 교수(서울대 영어영문학과)는 “Framing K-Time”에서 디지털 기술의 속도가 인간의 속도를 앞서가는 상황에 주목하며,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서 ‘빨리빨리’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와 종말의 가능성을 살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복고와 시간 이동의 서사도 새롭게 해석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과거에 대한 향수와 <선재 업고 튀어>, <철인왕후> 등의 타임슬립 서사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사라져가는 ‘빨리빨리’의 시간과 삶을 다시 불러내고 연장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끝으로 이 교수는 죽음과의 대면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시간성과 존재를 자각한다는 하이데거의 논의를 바탕으로, ‘빨리빨리’라는 삶의 양식의 쇠퇴가 오늘날 한국인에게 어떤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았다.

2026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A Thanatology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결론적으로 미래팀은 이번 세션에서 죽음을 동시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문제틀로 제시했다. 세 발표는 애도, 재생산, 시간성이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경유하면서, 죽음이 어떻게 기억되고 반복되며 지연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죽음은 삶의 끝에 놓인 사건이라기보다,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과 사회 질서의 지속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