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26년 2월 13일 (금) 오후 12시-15시
장소: 비대면 Zoom 회의
문의: nonsufficitorbis@snu.ac.kr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
[후기]
본 세미나는 핸드북 집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참여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 방향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연구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국가성을 단일한 정치 제도나 역사적 사건으로 이해하기보다, 식민 경험과 기억 정치, 냉전과 반공주의, 민주주의와 폭력의 공존, 젠더와 시민성, 국제법과 정통성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각 챕터를 독립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연구 간 대화와 응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첫 발표에서는 서강대학교 임지현 교수가 아렌트의 collective innocence 개념을 탈식민주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며, 식민주의 기억과 피해자 내셔널리즘을 중심으로 ‘colonial innocence’ 개념을 제시했다. 발표자는 해방 이후 형성된 피해자 서사가 집단 정체성과 내셔널리즘을 형성하는 방식에 주목했으며, 토론에서는 이 개념이 식민지 경험 자체와 기억 정치 사이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21세기 들어 영웅 중심 서사에서 피해자 중심 서사로 이동하는 경향이 주요한 관찰로 제시되었다.
다음 발표에서는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김재영 교수가 반공국가 개념을 중심으로 정치·경제·외교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려는 구상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반공주의가 국가 형성과 정책 운영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토론에서는 반공이 본질적 동력인지, 혹은 다른 구조를 정당화하는 수단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또한 향후 다른 발표와의 중복을 고려해 연구 범위를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이어진 발표에서 스탠퍼드대학교 문유미 교수는 제헌국회 시기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제도와 폭력적 현실이 공존했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초소 민주주의(garrison democracy)’ 개념이 제안했다. 발표자는 이를 완성된 체제가 아니라 형성 과정에 놓인 헌정 질서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제시했으며, 토론에서는 기존 민주주의 개념들과의 차별성 및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어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 대학교의 토드 헨리 교수는 권위주의를 젠더와 신체 규범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hetero-authoritarianism 개념을 소개했다. 이 발표는 국가 권력이 정상적인 몸과 시민성을 규정하고 비순응적 존재를 관리·배제하는 방식에 주목한 연구로, 기존의 개발이나 민주화 중심 서사와는 다른 분석의 층위를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민주화 이후 이러한 규범의 지속성과 변형 가능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교 교수의 발표에서는 분단체제와 반공국가의 관계가 다루어졌다. 발표자는 냉전 이후에도 지속되는 분단 구조가 한국 국가성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으며, 비교 사례를 통해 한반도 분단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민주화 이후에도 반공적 요소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반공국가 개념의 정의와 다른 발표와의 연결 지점도 함께 논의되었다.
마지막으로 강원대학교 오시진 교수의 발표에서는 대한민국의 탄생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재검토하였다. 이 발표에서는 임시정부의 지위, 정부 수립의 정통성 논쟁, 남북관계의 법적 성격이 주요 주제로 다루어졌다. 발표자는 국제법적 논의 속에서 한국의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해석되어 왔는지를 분석했으며, 토론에서는 헌법 전문의 법통 계승, 식민지 문제의 법적 성격, 남북기본합의서의 의미 등이 논의되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세미나는 현대한국 국가성 연구를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교차하는 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각 발표는 서로 다른 연구 주제를 다루었지만, 반공, 분단, 식민 기억, 민주주의, 젠더, 국제법 등 핵심 주제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집필 과정에서 챕터 간 대화를 심화하고, 현대한국 국가성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