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한국종합연구단 미래팀은 2026년 4월 24일, 미래팀 소속 연구자인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김정하 교수의 발표 <소진의 징후학>을 중심으로 제15회 콜로키움 이론아뜰리에를 개최하였다. 올해 미래팀은 ‘한국의 죽음정치’(Thanato-politics)를 주제어로 삼아, 한국 사회의 죽음 문제를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나 개별 사건을 넘어 이론적·개념적 차원에서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진의 징후학>은 죽음을 명시적 사건으로만 포착하지 않고, 삶의 에너지와 관계의 가능성이 고갈되어가는 과정, 곧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존재 양식을 읽어내는 이론적 시도였다는 점에서 올해 기획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었다.

본 강연은 소진을 우울, 번아웃, 피로와 유사한 심리적 상태로 환원하지 않고, 신체적·정신적 에너지의 고갈, 경제·환경 자원의 소모, 관계와 돌봄의 시간성 속에서 드러나는 동시대적 징후로 다루었다. 특히 프로이트의 꿈 해석과 징후/기호의 문제, 정동성(affectivity),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 논의를 경유하면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윤 리의 「수요일의 아이」, 한강의 「작별」에 나타난 소진의 서사적·물질적 형식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강연은 젠더화된 소진이 죽음 충동, 애도, 돌봄, 그리고 시간의 감각을 어떻게 재배치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행사는 본래 신양인문학술정보관 308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신청 인원이 50여 명에 이르면서 행사 하루 전 인문대학 1동 203호로 장소를 변경하였다. 실제 행사에는 사회학, 비교문학, 영어영문학, 인류학, 언론정보학, 교육학, 과학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자, 대학원생, 학부생이 폭넓게 참여하였다. 이는 ‘소진’이라는 주제가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동적 조건, 돌봄의 위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문제의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인문사회과학에서 post-critique 논의를 비롯해 비판의 조건 자체가 새롭게 쟁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강연은 비판을 폭로와 판정의 언어로 한정하지 않고, 탈진한 삶의 표면에 남겨진 징후를 읽어내는 해석적 감각으로 확장하였다. 강연 이후에도 일부 청중은 발표자와 함께 질의를 이어가며 소진, 돌봄, 죽음, 비판의 문제를 둘러싼 논의를 계속 확장하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