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16일, 미래팀은 제17회 콜로키움(이론아뜰리에)을 열고, 김홍중 교수(서울대 사회학과)의 <인류세 미학 서설: 아름다움과 케노시스> 발표를 진행했다. 방학 중에 열렸음에도 이번 행사에는 연구자와 대학원생, 학부생 등 약 80명의 청중이 함께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동경 이야기>(1953)의 한 장면에서 출발했다. 노년의 여행 끝에 아내 도미를 잃은 슈키치는 새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오늘도 덥겠구나"라고 말한다. 깊은 상실의 한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역설적인 장면을 경유해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강연의 첫 질문을 열었다.

강연은 이어 자기 보존과 확장을 존재의 기본 원리로 삼아온 근대의 ‘코나투스적’ 인간상을 되묻고, 자기 비움과 물러남, 하강을 뜻하는 '케노시스'를 통해 그와 다른 존재의 원리를 탐색했다. <채식주의자>의 영혜와 영화 <밀양>의 신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 보존과 자기 비움의 경계를 흔드는 케이스의 전형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영혜의 인간성에 대한 자기 비움과 ‘나무-되기’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적 가치를 선취하는 ‘시대횡단’의 징후로 읽혔다. 케노시스는 인간의 권리와 능력을 스스로 덜어내어 타자 및 비인간 생명과의 공존 가능성을 열고, 아직 오지 않은 생태 문명의 방향을 조직하는 역설적 힘을 조명하도록 해준다.

플로어에서는 다양한 쟁점을 둘러싼 풍성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코나투스와 케노시스를 상호 배타적인 원리로 볼 수 있는지, 두 운동이 구체적인 존재 안에서 어떻게 얽히는지 등이 주요 질문으로 제기되었다. 또한 2024년 인류세를 공식 지질시대로 규정하려는 제안이 채택되지 않은 이후, ‘인류세’라는 개념이 지니는 학술적 지위와 이론적 유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아울러 문학과 예술에서 케노시스가 어떻게 형상화되어 왔는지, 그러한 미학적 사유가 사회학과 어떤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