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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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제15차 이론아뜰리에: “소진의 징후학”

2026-04-24

<개요> 소진(exhaustion)은 흔히 우울, 번아웃, 피로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개인의 심리적 차원을 넘어서는 보편성과 은유성을 지닌 개념이다. 이는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에너지의 고갈뿐 아니라, 경제 및 환경 자원이 임계점을 넘어 소모되어 가는 과정 및 그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소진된 상태는 유기적 순환이 일종의 정지를 맞이하는 전환의 지점이며,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소진된 인간」에 따르면 개체가 독특한 시간의 형식으로 진입하는 문턱이기도 하다. 본 강연은 소진을 동시대의 징후(symptom)로 제시하는 일련의 소진 서사들—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한강의 「작별」, 이윤 리(Yiyun Li)의 「수요일의 아이」—을 분석하면서, 관계와 돌봄 속에서 형성되는 젠더화된 소진이 죽음 충동의 한 양식으로서 시간과 물질의 형식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제15차 이론아뜰리에: “소진의 징후학”
미래팀은 2026년 4월 24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김정하 교수의 발표 "소진의 징후학"을 중심으로 제15회 이론아뜰리에를 개최하였다. 올해 미래팀의 주제어인 ‘한국의 죽음정치’(Thanato-politics) 아래, 이번 강연은 삶과 죽음이 분명히 구획된 두 상태로만 이해되지 않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김정하 교수는 살아 있음의 에너지와 관계의 가능성이 서서히 고갈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표면에 이미 드리워진 죽음의 징후를 탐색하였다.
김정하 교수는 소진을 우울, 번아웃, 피로의 심리 상태로 좁히지 않고, 자원과 시간, 돌봄과 정동의 배치 속에서 드러나는 동시대적 징후로 읽었다. 프로이트의 꿈 해석과 징후, 정동성,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을 경유해 <나의 해방일지>, 이윤 리의 「수요일의 아이」, 한강의 「작별」을 살폈고, 이어진 토론에서는 젠더화된 소진, 애도, 돌봄, 포스트-비판의 문제가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