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개최한 제1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의 음악 세션으로 「Exploring Contemporary Korean Music: From Traditional to Classical to K-Pop and Everything in Between」이 진행되었다. 이번 세션에서는 Anna Yates-Lu(서울대학교)의 현대한국음악 연구 네트워크 소개에 이어 Keith Howard(University of London)와 Nancy Yunhwa Rao(Rutgers University)가 각각 국악 연구의 역사와 방법론, 동아시아 현대음악의 상호문화적 협업을 발표하였다. 세션은 전통음악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경계를 가로지르며 오늘날 ‘한국음악’의 범위와 의미를 새롭게 질문하였다.
먼저 Anna Yates-Lu 교수는 현대한국음악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한국음악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오랫동안 축적되어 왔음에도 전통음악, 서양고전음악, 대중음악 등의 연구가 서로 다른 학문적 영역에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연구팀은 음악학과 민족음악학, 인류학과 실천기반 연구 등 서로 다른 방법론을 연결하고, 연구자뿐 아니라 연주자와 문화현장의 경험까지 포함하는 학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음악은 더 이상 한국의 영토 안에서 한국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음악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디아스포라와 해외 연주자, 초국적 협업의 확대 속에서 ‘한국성’ 자체를 새롭게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Keith Howard 교수는 「Shifts and Stasis in the Promotion of Kugak: Observing and Interacting with Korean Music, 1979–2024」에서 45년에 걸친 한국음악 연구 경험을 토대로 국악의 범위와 국악 연구방법의 변화를 고찰하였다. 한국의 국악 연구는 궁중음악과 역사자료를 중심으로 제도화된 뒤 민요, 산조, 판소리, 사물놀이와 퓨전음악까지 연구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서울대학교의 국악교육과 국립국악원, 국가무형문화재 제도 등은 전통음악의 보존과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Howard 교수는 연구대상이 크게 확대된 데 비해 국악학의 핵심 방법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같은 기간 사회·문화적 맥락과 현장연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국제 민족음악학과 일정한 거리가 형성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종교음악이나 식민지기의 문화적 교류, 퓨전음악과 디지털 기술 등까지 한국음악의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국악’이라고 정의할 것인지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국악이 오늘날 한국과 세계에서 살아 있는 음악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악의 경계와 연구방법 역시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Nancy Yunhwa Rao 교수는 「Classicism and Inter-Asian Collaboration in Contemporary Music」에서 서로 다른 동아시아 음악문화 사이의 협업이 새로운 현대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그는 문화가 본질적으로 고정되거나 고립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류와 변화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고, 상호문화적 협업을 단순한 ‘문화적 전유’의 문제로 환원하기보다 서로의 음악적 언어와 기억을 새롭게 이해하는 창조적 과정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Inter-Asia’는 하나의 통일된 아시아적 정체성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사하면서도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지역 사이의 대화와 교류를 분석하는 개념으로 제시되었다.
Rao 교수는 중국계 미국 작곡가 Chou Wen-chung과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의 「Eternal Pine」, 한국 작곡가 진은숙과 중국 생황 연주자 우웨이의 「Šu」를 주요 사례로 제시하였다. 두 작곡가는 오랫동안 서구 클래식 음악의 악기와 언어를 중심으로 작업해 왔지만, 다른 동아시아 음악전통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Rao 교수는 이를 과거의 전통을 현재의 감각 속에서 다시 상상하는 ‘고전주의(classicism)’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Inter-Asian 협업이 어느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음악언어를 비추고 변화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통음악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국제적인 연구환경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사라지거나 변형된 전통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음악 사이의 협업에는 어느 정도의 융합이 필요한지 등이 논의되었다. 발표자들은 문화적 협업에 하나의 올바른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전통이 독립적으로 공존하는 경우에서부터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경우까지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또한 음악가와 작곡가뿐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객이 협업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제시되었다.
이번 세션은 ‘한국음악’을 전통과 현대, 국내와 해외, 국악과 클래식 및 대중음악 사이의 고정된 경계로 정의하기보다, 서로 다른 음악적 전통과 연구방법, 사람과 장소가 만나면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영역으로 제시하였다. 국악이 살아 있는 전통으로 변화해 온 역사와 동아시아 음악가들의 초국적 협업은 서로 다른 사례이지만, 모두 무엇을 한국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리고 음악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라는 공통된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이를 통해 현대한국음악 연구는 음악을 한국사회의 부수적인 문화현상으로 다루는 데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성, 국가와 초국가적 이동,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의 변화가 교차하는 중요한 현대한국 연구의 장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