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개최한 제1회 현대한국연구 국제학술대회의 첫 번째 세션으로 「Reimagining Korea: Identity and Values in a Changing World and Korea in Transition」이 진행되었다. 이성청(서울대학교) 교수의 사회 아래 그레이스 카오(예일대학교), 리오라 사르파티(텔아비브대학교), 메로즈 황(하이럼칼리지)의 세 발표가 이어졌다. 세 발표자는 각각 K-pop의 세계화, 한국 무속의 코스모폴리탄화, 그리고 대규모 청년 죽음과 애도의 문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한국적인 것’의 경계와 가치, 정체성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공식 프로그램에서도 세 발표는 각각 K-pop의 빌보드 진출, 세계적 영성 시장 속 한국 무속, 최근 한국의 청년 죽음과 애도를 주제로 구성되었다.
먼저 그레이스 카오는 「K-Pop’s Place on the US Billboard Hot 100 Chart」에서 미국 빌보드 Hot 100에서 K-pop이 차지해 온 위치를 분석하며 세계시장 진출이 K-pop의 가치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K-pop 기업들에게 빌보드 진입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서구 음악시장에서의 존재를 증명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글로벌 청중을 겨냥해 음악을 변화시키는 압력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해외 작곡가와 프로듀서, 비한국인 멤버, 영어 중심의 노래와 현지화된 그룹이 증가하면서 K-pop의 생산 자체가 더욱 초국적으로 변하고 있다. 카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K-pop은 여전히 한국적인가”, 그리고 K-pop의 세계적 성공이 오히려 K-pop과 한국 사이의 연결을 약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였다.
리오라 사르파티는 「The Cosmopolitan Vernacular: Korean Shamans (Mudang) in the Global Spirituality Market」에서 전통적으로 지역적이고 토착적인 종교로 이해되어 온 한국 무속이 세계적 영성 시장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는 코스모폴리터니즘을 물리적으로 여러 국가를 이동하는 상태가 아니라 다른 문화와 세계를 자신의 관점에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해하고, 외국인 고객이나 비한국인 영적 존재와 관계를 맺는 무당들의 사례를 통해 한국 무속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였다. 도시화와 세계화, 영화와 드라마,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의례를 통해 무속은 고정된 전통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르파티는 이러한 혼종성이 전통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속이 여전히 변화하며 지속되는 ‘살아 있는 전통’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메로즈 황은 「The Ethics of Grief: Reflections on Recent Youth Deaths in South Korea」에서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가 청년들의 대규모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을 고찰하였다. 황은 이러한 사건을 일회적인 사고에 한정하기보다 국가의 안전관리와 정치적 책임, 역사적으로 축적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어떤 죽음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애도되는 반면 다른 죽음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져 ‘애도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동시에 유가족들이 추모공간과 기록, 예술과 기념행사, 사회운동 등을 통해 사적인 슬픔을 공적인 기억과 책임의 문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애도가 현대 한국사회에서 치유뿐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 발표 이후 정현주(서울대학교)와 성해영(서울대학교)의 논평과 청중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K-pop이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성’을 어떻게 유지하거나 새롭게 구성하는지, 지역적 전통으로 간주되어 온 무속을 ‘코스모폴리탄’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갖는지, 그리고 사회적 비극의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공동체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이 논의되었다. 특히 “무엇이 한국적인가”라는 질문은 고정된 본질을 찾는 문제라기보다 변화와 혼종화, 세계적 이동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제시되었다.

이날의 세 발표는 서로 다른 연구대상을 다루었지만, 현대 한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고정되고 독립된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K-pop의 ‘한국성’은 세계적인 생산과 소비의 네트워크 속에서 새롭게 협상되고, 한국 무속의 지역성은 코스모폴리탄한 실천과 결합하며, 죽음과 애도의 의미 역시 국가와 시민사회, 기억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된다. 이를 통해 세션은 한국의 정체성을 전통과 세계, 국내와 국외, 고유성과 혼종성 가운데 어느 한쪽에 고정하기보다, 이러한 경계들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