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 “Korea as Symptom”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국제학술대회를 닫는 마지막 세션으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Korea as Symptom: Why Symptomatology in Korean Studies” 세션이 진행되었다. 본 세션은 서울대학교 강재호 교수의 사회 아래 다음 두 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에서 서울대학교 강우성 교수는 “Korea as Symptom”을 단순히 한국의 특수성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글로벌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보완적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이를 논할 때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한국 사회와 ‘symptom’을 “비동시적 동시성”으로 설명하면서, 식민성과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지속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 사회가 과거 중국 중심의 중화문화권에 속했던 경험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인도-태평양 질서 속에서 그 위치성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노동집약적 문화를 강조하며, 그 사례로 K-POP 아이돌의 군대식 집단 퍼포먼스(칼군무), 24시간 배달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함 뒤의 과도한 노동, 가족주의와 ‘추격형 자본주의’의 문화, 먹방(mukbang) 현상을 제시하였다.
그다음으로, 서울대학교 김홍중 교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주제인 “Korea as Symptom”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제시하며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증상이란 무엇인가?”이다. 그는 먼저 디디-위베르만, 긴즈부르그, 들뢰즈로 이어지는 증상학적 사유의 계보를 짚으면서, 증상이란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드러내는 독특한 징후임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증상은 사건성, 파편성, 정동성, 돌봄에 기초한 관계성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질문은 “왜 한국학에 증상학적 접근이 필요한가?”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정치적 격변, 새로운 우파 정치, 종교 운동, MZ 여성들의 급진적 요구,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 샤머니즘적 실천 등 다양한 증상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지적하였다. 마지막 질문은 “증상학을 어떻게 한국학에 적용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보편 법칙을 세우려 했던 20세기의 지향과 달리, 개별 증상적 사례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단일한 구조 속에서 한국을 파악하기보다, 모호하고 파편화된 복수의 증상에 반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후 서울대학교 신형철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신형철 교수는 먼저 ‘symptom’이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증후’와 ‘증상’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한다고 지적하였다. 번역어에 따라 인식론적 뉘앙스가 달라지고 연구자들의 해석 방식 또한 달라진다고 부연하였다. 나아가 ‘symptom’이라는 단어에는 “내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와 “누가 그것을 알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뒤따른다고 하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symptom’이 개인이 깊이 파고드는 주관적 영역인지, 혹은 누구나 동일하게 진단할 수 있는 객관적 영역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깊은 구조를 본다”라고 말하는 것이 나르시시즘이나 ‘깊이에 대한 환영’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홍석경 교수는 ‘Korea as Symptom’이 한류 연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였다. 홍 교수는 먼저 증상학적 용어가 서구 정신분석학에서 기원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맥락에 적합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어 특정 사건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탐구하는 푸코주의적 접근을 소개하면서, 한류 연구에서도 ‘현대 사회의 고고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한류 연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첫째는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어떠한 공명(resonance)을 일으키는지 분석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의 문화·창의산업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더 나아가 증상학을 통한 지식 생산의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사회의 증상은 특정 ‘체질’을 반영하지만,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맥락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상체질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한류 연구가 세계와 한국에 대한 지식이 만나는 ‘피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본 라운드테이블은 “Korea as Symptom”이라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이론적·철학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학회는 현대 한국을 단일한 설명틀로 환원하기보다, 증상학적 읽기를 통해 다층적이고 모순적인 징후들 속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올해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현대 한국에 대한 연구를 심화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