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 “Korea as Symptom”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미래팀은 첫째 날 마지막 세션에서 “한국의 문화적 징후 읽기(Reading Cultural Symptoms of Korea)”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동신(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사회 아래, 세 발표자는 대중문화, 기술, 종교라는 서로 다른 장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징후를 읽어내고자 했다.

스티브 최(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징후로서의 공감(Sympathy as Symptom)”을 주제로, K-드라마에서 감정이 구성되고 연출되는 방식을 분석했다. 그는 K-드라마 논의에서 자주 호출되지만 충분히 이론화되지 않은 ‘감정(feeling)’의 문제에 주목하며, 대화와 행위 사이에 배치되는 장면들을 ‘정동적 막간(affective interlude)’으로 읽어냈다. 이러한 막간은 ‘진실한 감정’을 하나의 장관(spectacle)으로 제시함으로써 공감, 분노, 눈물, 불편함을 조직한다. 발표는 이를 통해 K-드라마가 한국적 도덕성과 미덕의 감각을 어떻게 구성하고 소비하게 하는지 질문했다.

첸중원(대만 정치대) 교수는 “모방의 논리 이면과 그 너머(Behind and Beyond the Logic of Imitation)”를 주제로, 한국의 기술 발전을 설명해 온 ‘모방에서 혁신으로(imitation to innovation)’라는 익숙한 서사를 재검토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기 발전을 단순한 모방과 혁신의 연속이 아니라, 형태, 개념, 가치, 장치, 조직이 여러 수준에서 결합되는 ‘조립(assemblage)’과 ‘성립(instauration)’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관점에서 한국의 기술 발전은 외부 모델의 추종이나 독자적 혁신 중 하나로 환원되지 않으며, 이질적 요소들을 한국적 조건 속에서 재배치하는 창발적 과정으로 이해된다. 첸 교수는 이러한 분석이 K-pop과 한국 음식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나탈리 뤼카(EHESS) 교수는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의 부상: 성공인가 실패인가, 꿈인가 악몽인가?(The Rise of Neoliberalism in South Korea: Success or Failure, Dream or Nightmare?)”를 주제로,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여러 종교 집단들이 종교적 가치와 신자유주의적 규범을 결합해 온 과정을 분석했다. 그녀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종교가 시장 바깥에 머무르기보다, 시장의 언어와 요구에 맞추어 교리와 실천을 재구성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발표는 종교가 신자유주의를 단순히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 속에서 스스로를 조정하고 재편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논의는 자본주의가 자신을 향한 비판을 흡수하며 갱신되어 왔다는 볼탕스키와 시아펠로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세션에서 미래팀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징후를 정동, 조립, 신자유주의적 적응이라는 세 가지 렌즈로 읽어냈다. 세 발표는 서로 다른 대상과 방법을 취했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사회의 현재가 어떤 감각, 기술, 믿음의 형식 속에서 구성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를 통해 미래팀은 “Korea as Symptom”이라는 학술대회의 문제의식을 문화적 징후 읽기의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