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의 둘째 날, 가치와정체성팀은 공모를 통해 구성된 “Finding Voice at the Margins: Religion, Citizenship, and the Struggle for Legitimacy in Korea”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40호에서 진행하였다. 김예은(서울대학교)의 사회에 따라 다음 네 개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홍승민(국제기독교대학교)은 “Resistance in the Periphery of South Korean Protestantism: A Critical Examination of Critical Insider Movements”라는 제목으로, 한국 개신교 내부에서 주류의 가르침과 관행을 비판해 온 ‘비판적 내부자(critical insider)’ 운동의 성격과 한계를 분석하였다. 비판적 내부자란 근본적인 신앙에는 충실하면서도 자기 전통이 가르쳐지고 실천되는 지배적 방식에는 비판적인 종교적 행위자를 가리킨다. 그는 이 범주가 종교학의 내부자/외부자 구분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고 보았다. 한국 개신교는 권위주의적·극우적 정치 지지와 교회 세습으로 대중적 반감이 가장 큰 종교가 되었다. 주로 복음주의 좌파에 속하는 이 조직들은 스캔들 폭로와 교리 반박, 평신도 신학교육을 뉴미디어에 의존해 수행해 왔으며, CBS 〈크리스천 나우〉(2012~2014)가 그 결집의 사례였다. 다만 그는 이 운동 역시 남성 중심적이고 때로 지나치게 냉소적인 언어에 기댄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신교 인구의 감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유튜브 채널의 증가 속에서 이 운동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를 물음으로 남겼다.

옥사나 정-라코바(Oxana Jeoung-Rakova, 서울대학교)는 “Korean Design as Method: Trajectories of Design as a Technology of Citizenship”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디자인의 역사적 궤적을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조직해 온 ‘시민권의 기술(technology of citizenship)’로 분석하였다. 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의 디자인 사업을 참여관찰하여, 디자인 안에서 시민이 놓이는 자리를 세 국면으로 정리하였다. 다만 이 국면들은 서로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겹쳐 있다는 것이 그의 단서였다. 개발국가 시기에 디자인은 ‘미술수출(美術輸出)’이라는 표어 아래 수출 경쟁력의 문제였고 시민은 부재하였다. 이후 소비시장의 확대와 신자유주의적 도시 통치를 거치며 시민은 소비자로 ‘거의 현존’하게 되었고, 2010년대의 참여적 거버넌스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함께 만드는 ‘과잉 현존’의 공동생산자가 되었다. 임산부 배려석이나 횡단보도의 ‘장수의자’는 금지가 아니라 물질적 형태로 기대를 조직하는 사물이다. 크룩섕크(Barbara Cruikshank)의 말처럼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며, 오늘의 서울에서 그 일은 부분적으로 디자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김한나(하와이 대학교 마노아)는 “When Gender Becomes Care: Anti-Gender Mobilization and the Reorganization of Citizenship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반젠더 동원을 서구 문화전쟁의 수입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조건에서 권위주의적 젠더 시민권이 민주적으로 재접합된 결과로 분석하였다. 성혁명을 겪지 않은 사회에서 젠더가 개신교 보수 정치의 핵심 전장이 된 이유를 묻기 위해 그는 푸코의 계보학과 통치성(governmentality), 버틀러의 ‘젠더 환영(gender phantasm)’을 동원하였다. 경험적으로는 두 사례를 다루었다. 1987년 창립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성적 보수주의를 소비자운동과 학부모운동의 언어로 옮겨, 이미 1990년대에 문화전쟁의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운동의 설교와 참가자 면담에서는 이성애 가족, 국가 발전, 경제적 번영, 안보가 하나의 도덕적 서사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는 장경섭의 가족자유주의 개념을 빌려, 이 서사가 지키려는 것이 전통적 가족 가치가 아니라 가족에게 사회재생산을 떠넘겨 온 정치경제 질서라고 보았다. 여기서 ‘젠더’는 돌봄과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비롯한 이질적 불안이 응축되는 전치된 기표(displaced signifier)로 기능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조연우(예일대학교)는 “Practicing Secularism in Korean Popular Culture: Revisiting the Religious Critiques on Chu Homin’s Along with the Gods”라는 제목으로, 웹툰 〈신과함께〉를 둘러싼 종교 논쟁을 한국 사회에서 세속주의가 일상적으로 실천되는 장면으로 분석하였다. 그는 1부 ‘저승편’이 시왕과 지옥에 관한 불교 도상과 문헌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사찰에 봉안된 신앙의 대상이 웹툰에 그대로 실릴 수 있었던 조건을 ‘문화유산’이라는 제도적 범주에서 찾았다. 불교 유물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되는 순간 그것은 특정 종교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한국인이 공유하는 공적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우상숭배’라는 비난과 전통에 대한 상상적 해석일 뿐이라는 작가의 해명이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배타적 소속과 전염의 위험이라는 그리스도교적 종교 모델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같은 틀 안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불교적 요소는 ‘종교’에서 분리되어 ‘전통’과 ‘문화’로 재분류됨으로써 안전하게 소비 가능한 상품이 되며, 이 협상 과정 자체가 무엇이 무해하게 종교적일 수 있는지를 규율한다는 것이 발표의 결론이었다.
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서지애(서울대학교)와 고마리(서울대학교)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날의 네 발표는 정당성을 얻기 위한 투쟁을 각기 다른 자리에서 조명하였다. 개신교 내부의 비판 운동, 디자인을 통한 시민 만들기, 반젠더 동원, 대중문화 속 종교 논쟁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시민권의 경계가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부터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