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의 둘째 날, 가치와정체성팀은 마지막 세션 “Purifying the Sacred: Religion, State Power, and the Politics of Classification”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210호)에서 진행하였다. 성해영(서울대학교) 교수의 사회에 따라 다음 세 개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이성청(서울대학교) 교수는 “Symptoms, Not Causes: A Structural Account of New Religious Movement Misconduct and State Response in Contemporary Korea”라는 제목으로, 통일교와 신천지를 겨냥한 최근의 규제를 예외적 대응이 아니라 한국 국가가 종교적 차이를 관리해 온 구조적 패턴의 징후로 분석하였다. 그는 신종교를 둘러싼 순수와 오염의 수사가 개인의 위법과 집단의 유죄를 뒤섞고, 국가에 그럴 권한이 없음에도 종교적 진정성의 심판자 자리를 부여하며, 민법의 적용 범위를 늘려 법적으로 보호받는 공동체의 해산에 준하는 결과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하였다. 그 밑바탕에는 상징적 분류의 문제가 있다. 성스러운 공간과 교리적 새로움, 정치와의 관계는 기성 정통의 바깥에서 나타날 때에만 그 자체로 의심스러운 것이 된다. 나아가 그는 종교경제(religious economy) 관점에서 이 비대칭성이 구조적임을 지적하였다. 주류 종교는 정치권력과의 결탁을 비가시화하는 안정된 통로를 지닌 반면, 신종교는 그 접근이 차단된 탓에 회색지대의 전략으로 내몰리고 다시 그 이유로 지목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책임을 묻되 신앙공동체 전체에 전가하지 않는 판단 기준을 제안하였다.

셈 베르메르쉬(Sem Vermeersch, 서울대학교) 교수는 “Towards a Sociology of Korean Buddhism: What Comes after Purification?”이라는 제목으로, 해방 이후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한국 주류 불교가 ‘정화(淨化)’라는 관념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정체성과 그 이후의 향방을 분석하였다. 1953년부터 1971년경까지의 정화운동이 대처승 배제를 목표로 했다면, 그 이면에는 식민지기에 상실되었다고 여겨진 독신 계율, 법맥의 순수성, 간화선의 교리적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더 넓은 기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권위주의 정권기와 민족주의 색채가 강했던 민주화 시기를 거치며 성공적으로 보였던 이 기획이 최근 10년 사이 얼마나 취약했는지가 드러났다고 진단하였다. 신도와 출가자가 급감하고, 젊은 세대는 불교를 낡고 거리감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특히 그는 2023년 조계종이 ‘뉴진스님’을 친근한 불교의 얼굴로 내세우며 나타난 급격한 전환에 주목하고, 이 새로운 표면적 정체성과 기존 정체성 사이의 긴장에서 한국 불교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읽어냈다.

김동규(서강대학교) 교수는 “Beyond the Myth of Transparency: Korean Politics, Shamanism, and Relational Ontology”라는 제목으로, 정교분리와 투명성이라는 근대적 규범에도 불구하고 무속이 한국 정치에서 거듭 출현하고 그때마다 스캔들로 소비되는 이유를 분석하였다. 조선의 음사(淫祀)에서 근대의 미신을 거쳐 ‘전통문화’로 재배치되기까지의 계보를 따라가며 그는 무속이 공적 이성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역사를 짚었다. 이어 그는 장기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재현된 스캔들로서의 무속’과 ‘실천되는 무속’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실제 주요 의뢰자는 고위 정치인이 아니라 선거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실존적 불안을 견디는 실무자와 보좌진이었다. 이들에게 무속은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어긋난 관계를 재조직하는 ‘관계적 기술’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는 라투르의 정화 개념, 데스콜라의 관계적 존재론, 잉골드의 메시워크(meshwork), 병굿 연구에서 발전시킨 자신의 관계적 전치(relational displacement) 모델을 결합하여, 한국 정치를 투명성에 대한 근대적 요구와 관계적 우주론이 만나는 ‘존재론적 접촉지대’로 재개념화하였다.

세 발표가 끝난 뒤에는 백숭기(삼육대학교) 교수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날의 세 발표는 ‘정화’와 ‘분류’라는 개념을 공유하였다. 발표자들은 신종교 규제, 불교의 자기 정체성 구축, 무속의 정치적 스캔들화 등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국가와 제도 종교가 무엇을 정상적인 종교로 승인하고 무엇을 오염된 것으로 배제해 왔는지를 검토하였다. 이로써 한국 사회에서 성스러움의 경계가 권력과 맺어 온 관계를 다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