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제3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가치와정체성팀은 첫째 날 첫 번째 세션 “Inventing the Real: Religion, Truth, and Boundary-Making”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210호)에서 진행하였다. 이성청(서울대학교)의 사회에 따라 다음 세 개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에일린 바커(Eileen Barker, 런던정경대)는 “Fifty Years of Observing New Religious Movements: What Were They Like? And How Did They Change?”라는 제목으로, 1970년대 이후 반세기에 걸쳐 관찰해 온 신종교운동(NRM)의 공통된 특징과 그 변화의 양상을 분석하였다. 대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시화된 소수 종교, 특히 ‘컬트(cult)’로 불려온 집단들이다. 그는 이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반복해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다고 보았다. 1세대 신자가 다수인 까닭에 개종자의 열정이 유난히 높다는 점, 구성원의 인구학적 분포가 비전형적이라는 점, 카리스마적 권위를 부여받은 창시자가 존재한다는 점, 참과 거짓·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이 나타난다는 점, 주류 사회로부터 의심과 박해의 대상이 된다는 점 등이다. 특히 그는 통일교, 여호와의 증인, 사이언톨로지, 대순진리회, 창가학회 등을 들며 신종교가 기성 종교에 비해 훨씬 빠르고 급진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호프 메이(Hope Elizabeth May,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는 “The No Gun Ri Spirit: An Ethic of Witness, Moral Repair, and the Search for Meaning”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초기 미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응해 온 피해자 주도의 노근리 운동을 도덕적 손상(moral injury)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조너선 셰이(Jonathan Shay)가 제시한 이 개념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질서를 정당한 권위가 스스로 저버렸을 때 남는 상처를 가리킨다. 노근리는 그러한 배반의 사례였다. 주민을 보호하라고 파견된 미 제1기병사단의 병사들이 바로 그 주민을 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정은용에서 시작해 아들 정구도로 이어진 활동이 진실 규명을 넘어 인간 존엄의 회복을 향한 ‘증언의 윤리’였음을 밝히고, 증언과 기념 사업이 고통을 함께 감당하는 ‘신뢰할 수 있는 청자들의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교육 자체가 참사 이후의 의미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는 도덕적 회복의 한 형식임을 제안하였다.

노민정(리하이 대학교)은 “Koreanness in Transit: Religion, Race, and Minor Infrastructure”라는 제목으로, ‘한국적인 것’이 태평양을 건너 이동하는 경로와 그 과정에서 획득하는 정치성을 분석하였다. 그는 조약, 선교부, 문화재 제도, 스트리밍 플랫폼처럼 저자가 분명한 통로를 ‘주요 인프라(major infrastructure)’로, 그 통로를 채우는 사물과 리듬, 규칙의 축적된 배열을 ‘부차적 인프라(minor infrastructure)’로 구분하고, 후자야말로 실천자 없이 형식이 대양을 건너게 하는 기제라고 보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도입부의 황해도 굿 복식, 그리고 공연자들이 정작 부정하는 의례 전통에서 온 북미 한인교회의 부채춤이 그 사례다. 특히 그는 한국 근대가 미신으로 배격하고 이후 문화유산으로 관리해 온 것이 국외에서는 인종화된 민족적 스타일로 안착한 뒤 국내 체제가 부여하지 않았던 정당성을 얻어 되돌아온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형식이 한국학과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의 시각을 동시에 요구한다고 결론지었다.
세 발표가 끝난 뒤에는 김민아(인천대학교)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날의 발표자들은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종교와 문화를 가르는 경계 짓기의 정치가 수행되는 양상을 연구하였다. 이 연구들은 ‘실재’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발명되고 승인되는 과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