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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Theorizing from South Korea, Beneath and Beyond Epistemological Binaries

2026-09-09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의 첫째 날, 「한국으로부터 이론화하기: 인식론적 이분법의 이면과 그 너머(Theorizing from South Korea, Beneath and Beyond Epistemological Binaries)」 세션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30호에서 진행되었다. 김민영(연세대학교)의 사회 아래 세 편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난민 이동, 사회운동의 연대, 민주주의의 쇠퇴와 회복이라는 서로 다른 현상을 다루면서, 한국의 경험이 기존 사회과학을 구성해 온 여러 이분법과 이론적 전제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모색하였다.

먼저 현유라(도쿄대학교)는 「초이동성 속에 정착하기: 강제이주의 틀을 넘어선 예멘 출신 인도적 체류자(Settling in Hypermobility: Yemeni Humanitarian Sojourner Status Persons Beyond the Framework of Displacement)」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예멘 출신 인도적 체류자의 이동 경험을 분석하였다. 2018년 제주도에 내전 중인 예멘을 탈출한 561명의 난민 신청자가 입국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가 처음으로 가시적인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당시 이들은 ‘가짜 난민’, 특히 한국 여성을 위협할 수 있는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거센 반발에 직면하였다.

현유라는 강제이주와 자발적 이주를 구분하는 기존의 이분법을 비판하는 난민 연구의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법적 의미에서 난민이라기보다 ‘인도적 체류자’의 지위를 부여받은 예멘인들의 중층적인 이동 경험을 추적하였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이상 진행한 민족지적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이 광범위한 이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한국의 난민 체제가 역설적으로 이들을 ‘초이동성(hypermobility)’ 속에 정착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통치 방식은 단순한 강제적 이동이나 추방과는 달리 이주자들의 이동 욕구와 역량 자체를 활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발표는 한국의 예멘 난민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를 통해 난민 수용을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의 이분법만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난민 이동을 둘러싼 여러 기존의 범주를 넘어설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어 안지은(에든버러대학교)과 김현진(고려대학교)은 「트랙터가 무지개를 만났을 때: 한국 농민과 LGBTQ+ 공동체 사이의 새로운 연대(When Tractors Met Rainbows: Exploring a New Solidarity between Farmers and LGBTQ+ Communities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2024~2025년 비상계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이루어진 남태령 시위를 분석하였다. 이들은 남태령 시위를 농민운동과 LGBTQ+ 권리운동 사이에 새로운 사회운동 연대가 형성되는 계기로 해석하였다.

남태령에서는 경찰의 차벽에 막힌 농민들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20~30대의 젊은 여성 시위자들이 밤샘 농성을 벌였고, 결국 함께 경찰의 봉쇄를 돌파하였다. 이 과정에서 농민, 노동자, 여성, 장애인, LGBTQ+ 공동체 등 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적·가부장적이며 배제적인 한국 사회에서 주변화된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 공간’이 만들어졌다. 한국의 농민운동은 과거에도 권위주의 체제와 세계 자본주의적 식량체계, 신자유주의 시장에 맞서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해 왔지만, 이번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시위자들과의 강렬한 연대 경험이 고령의 농민들로 하여금 성소수자 운동의 의제와 당사자들을 직접 마주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만남은 농민들의 2025년 서울퀴어퍼레이드 첫 집단 참여로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불만을 매개로 농민들이 극우 정치와 결합하는 사례가 유럽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대비해, 남태령의 경험이 배제적 극우정치가 아닌 포용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농민운동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윤경(토론토대학교)은 「민주주의의 쇠퇴와 회복에 관한 한국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 이론 수정하기(Revising Democratic Theories through the Korean Case of Democratic Erosion and Resilience)」라는 제목으로 지난 40여 년간 한국 민주주의의 궤적을 통해 기존 민주주의 이론의 전제를 재검토하였다. 한국은 전쟁과 빈곤, 권위주의를 경험한 ‘제3세계’ 국가에서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자 활력 있는 민주주의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따라 근대화론에서 민주화 이행과 공고화, 시민사회와 ‘피플 파워’, 민주주의의 후퇴와 회복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주주의 이론이 한국을 중요한 사례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윤경은 한국의 경험이 기존 이론을 단순히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그 이론들의 한계를 수정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국가를 폐쇄적인 분석 단위로 전제하는 방법론적 국가주의(methodological nationalism), 민주주의의 발전과 쇠퇴를 국내적 조건만으로 설명하려는 내생적 조건 중심의 접근, 자본주의적 성장 이후 민주주의가 순차적으로 발전한다는 가정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그 대안으로 지정학적 맥락, 극우 세력과 이른바 ‘나쁜 시민사회(bad civil society)’의 초국적 연결, 그리고 부와 종교가 정치와 얽히는 방식을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21세기 민주주의의 쇠퇴와 발전을 보다 정교하게 이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발표가 끝난 뒤에는 김민영(연세대학교)의 논평이 이어졌다.

2026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 Theorizing from South Korea, Beneath and Beyond Epistemological Binaries

이날의 세 발표는 각각 난민, 사회운동, 민주주의라는 상이한 영역을 다루었지만, 한국의 사례를 이미 존재하는 보편이론에 적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이론을 구성해 온 전제와 범주 자체를 재검토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강제이주와 자발적 이동, 농민과 성소수자,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 국내적 조건과 초국적 요인처럼 익숙한 이분법은 실제 한국사회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발표자들은 그 경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동과 연대, 정치적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한국을 단순한 이론의 적용 사례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과 이론을 생산하는 출발점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Korea as Method”가 지향하는 바와 같이, 한국으로부터 사회과학을 다시 이론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