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행사 개요
현대한국종합연구단 정치경제팀은 2026년 8월 20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제1회 한국 정치경제 대학원생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본 워크숍은 한국의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국내외 신진 연구자들이 진행 중인 연구를 발표하고, 해당 분야의 중견 연구자들로부터 집중적인 피드백을 받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연구 발표회에 머물지 않고, 각 발표문이 어떻게 출판 가능한 수준의 논문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연구자로서의 경력 경로에 관한 조언을 나누는 것을 분명한 목적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각 세션은 발표자들이 10분씩 연달아 발표한 뒤, 현장의 중견 연구자들이 개별 발표에 대한 논평과 질의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자유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발표 시간을 짧게 제한하고 토론 시간을 넉넉히 배분한 것은 발표 자체보다 피드백과 상호 논의에 무게를 두기 위한 선택이었다.
토론자로는 권현지(서울대학교), 김경미(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송지연(서울대학교), 강나희(King’s College London), Christopher Khatouki(UNSW), Timo Fleckenstein(LSE), 조가희(셰필드 대학교), 김성진(한국환경연구원), 윤종석(서울시립대학교), 권형기(서울대학교) 등이 참여하여 각 세션의 논평을 맡아주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전일 일정에 함께하면서, 세션 구분을 넘어 논의가 이어지는 높은 밀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졌다.
2. 세션 및 발표 내용
■ 세션 1. 국가 계획의 한계: 관료제, 자본, 그리고 사회적 권리 (10:00~12:00)
첫 번째 세션은 발전국가의 계획 역량이 지방과 노동의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고 제약되었는가를 다루었다.
Brian Park(University of Washington)은 “Adam Smith in Cheju: 제주도의 지역개발과 재일한인 자본, 1961~1979” 발표를 통해 박정희 시기 연구가 서울과 중앙 정부에 집중되어 온 편향을 지적하며, 제주도를 사례로 급속한 산업화의 지역적 차원에 주목하였다. 재일한인(자이니치) 자본의 유입과 국가의 지역개발 구상이 결합·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중앙의 계획이 주변부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였다.
Jihye Jung(Freie Universität Berlin)은 “권리의 위계: 냉전기 한국의 여성노동자와 사회권의 불균등한 인정” 발표를 통해 동일방직(1972~1980)과 후레아/아들러(1986~87) 사건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두 사건 모두 유사한 수준의 초국적 주목과 연대를 받았음에도, 전자는 반권위주의 민주화와 정치적 권리의 틀로, 후자는 사회권과 기업 책임의 틀로 인식되었다. 발표자는 이러한 분기를 냉전기 국제 인권 담론이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우위에 두고 사회권을 주변화했던 ‘권리의 위계’로 설명하였다.

■ 세션 2. 발전주의를 넘어서: 환경, 토지, 그리고 개발의 정치 (13:30~15:30)
두 번째 세션은 토지, 농업, 환경 거버넌스라는 영역에서 한국형 발전주의가 어떻게 지속·변형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Blažka Rupnik(서울대학교)은 “한국의 그린벨트 경관 그리기: 포스트발전주의 건설국가 아래의 농촌 마을, 울타리 쳐진 경작지, 그리고 ‘훼손지'” 연구에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세 가지 경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권위주의적 규제 유산, 1990년대 후반의 민주적 개혁, 그리고 공급 중심 주택정책이 동일한 영토 위에 공존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오랜 규제와 방치가 만들어낸 ‘훼손’ 상태가 다시 규제 완화와 대규모 개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순환되는 구조를 드러냈다.
Yaerin Yoon(서울대학교)의 “산업적 배태로서의 농업 근대화: 한국의 산업연관표 증거, 1975~2020″는 1975년부터 2020년까지의 산업연관표를 16개 부문으로 표준화하여 농업의 위치 변화를 분석하였다. 농업의 총 후방연계는 1.550에서 2.219로 상승한 반면 총 전방연계는 3.049에서 1.706으로 하락하였다. 발표자는 이를 농업의 고립이 아니라 ‘통합 방향의 역전’, 즉 국내 공급자로서의 비중은 약화되고 산업·서비스 투입에 대한 의존은 심화된 정책 매개적 산업 배태로 해석하였다.
Seowon Choi(서울대학교)은 “기후시민의회의 궤적: 한국과 일본의 비교 연구” 발표에서 기후시민의회가 두 나라에서 왜 다른 경로로 확산·제도화되었는지를 정책확산 이론으로 분석하였다. 일본은 대학 연구자 등 비정부 행위자가 최초로 도입하고 지방정부 사이에서 수평적으로 확산되었으나 법적 제도화는 약한 반면, 한국은 지방정부의 혁신이 중앙으로 상향 확산된 뒤 다시 지역으로 재확산되는 수직적 경로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강한 법제화로 이어졌다.

■ 세션 3. 정치적 권위의 재구성: 국가, 자본, 그리고 의사결정의 정치 (15:45~17:00)
세 번째 세션은 국가와 자본의 관계가 재편되는 오늘날의 조건에서 정치적 권위가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물었다.
Mahdadi Aya(서울대학교)는 “대의민주주의에서 하이브리드 거버넌스로? 현대 한국의 엘리트 네트워크, 테크노크라트적 권위, 그리고 정치적 의사결정의 변형” 발표를 통해 공공 행정이 민간의 기술 인프라와 전문성에 의존하게 되는 조건에서 정치적 권위가 어떻게 재배치되는지를 다루었다. 발표자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인프라·전문가·기업 행위자가 정책 영역에 통합되면서 고위 관료와 기술 전문가, 기업 리더가 결합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기술적 전문성·효율성·국가경쟁력·디지털 주권 담론을 통해 의사결정이 정당화되는 ‘하이브리드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Chaesun Cho(서울대학교)은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쟁정책의 정치: 재벌 규제의 동학” 발표에서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이후 팬데믹과 미중 경쟁이 중첩된 복합위기라는 세 결정적 국면을 비교하였다. 발표자는 위기를 변화의 허용 조건으로만 보고, 그 방향은 ‘대통령에 의해 매개된 국가 자율성’이 결정한다는 이중축 분석틀을 제시하였다. 위기 이전에 형성된 의제가 있을 때는 포괄적 개혁이, 위기에 의해 유발된 대응일 때는 산업정책 법제를 경유한 선별적·부문별 예외가 나타났다는 것이 핵심 결론이다.

■ 커리어 토크 (17:00~17:30)
마지막 순서로 강나희 교수(King’s College London)의 커리어 토크가 진행되었다. 해외 학계에서의 경력 형성, 학술지 출판 전략, 박사과정 이후의 진로 설계 등 신진 연구자들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경험이 공유되었으며, 이어진 만찬에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3. 성과 및 의의
본 학술행사는 각 발표자의 개별 연구에 대하여 이론적 틀의 정교화, 사례 선택의 정당화, 자료 보완, 투고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각 발표자의 연구를 발전시켰다. 또한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행되는 연구들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다른 지역, 분과, 연구 전통에 속한 연구자들의 밀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나아가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등 여러 국가의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여 연구자 간 네트워크 형성에서 유의미한 행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