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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NU 국제학술대회 세션: “Walking as Object-Method in Korean Studies”

2025-08-22

서울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 “Korea as Symptom”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미래팀은 대회 첫 세션으로 마련된 “Walking as Object-Method in Korean Studies” 패널을 통해,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가 어떻게 한국학의 새로운 연구 대상이자 방법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탐색했다. 이 세션은 발레리 줄레조(EHESS) 교수가 제안·구성하고 사회를 맡았으며, 걷기를 연구 방법이자 연구 대상으로 삼은 다섯 편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줄레조 교수는 “Walking along the DMZ Peace Trail as Object-Method to Reconsider Post-Traumatic Space in the South Korean Border Zone” 발표에서 DMZ 평화의 길을 직접 걸으며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경계 지역의 사회적·지리적 역학을 분석했다. 그는 이산가족, 북한이탈주민,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불연속적으로 얽혀 있는 이 공간을 ‘외상 이후의 공간(post-traumatic space)’으로 읽으며, 걷기를 통해 단절과 연속이 공존하는 접경지의 감각을 사유하고자 했다.
손유나(EHESS)는 “Walking Empowerment: Civil Society and the Making of Paths” 발표에서 대전둘레산길과 계룡산둘레길을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만들어가는 ‘길’의 의미를 조명했다. 그녀는 걷기를 지식의 촉각적 체제(haptic regime of knowledge)로 파악하며, 길이 단순한 이동 경로의 차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공간을 감각하고 조직하는 방식임을 보여주었다.
조민지(가톨릭대) 교수는 “Summoning Pre-Technological Technologies: The Politics of Walking in South Korea, 1960s and 1970s” 발표에서 1960~70년대 한국 사회에서 걷기가 지닌 정치적 이중성을 분석했다. 걷기는 국가 주도의 동원과 훈육의 수단이었지만, 동시에 그 질서에 맞서는 저항과 집합적 실천의 형식이기도 했다. 발표는 한국 근대화의 시간 속에서 걷기가 어떻게 통치의 기술이자 저항의 기술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다은(싱가포르국립대)은 “Walking with the Moving Fieldsite: Doing Mobile Ethnography in Digital Nomad Research” 발표에서 디지털 노마드 연구를 통해 모바일 민족지학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연구 대상을 따라가며, 연구자의 신체와 이동 경로 자체가 현장노트가 되는 과정을 성찰했다. 이를 통해 필드가 고정된 장소라기보다 연구자와 함께 움직이는 관계적 장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마고 쿤츠(프랑스 지정학연구소)는 “Virtual Walking as an Experience of Contemporary Hybrid Urban Space” 발표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튜브의 “Walk in Seoul” 영상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도시 경험을 분석했다. 그녀는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서울의 도시공간이 감각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살피며, ‘가상 걷기’가 사이버 플라뇌르(cyber-flâneur)라는 새로운 도시 주체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세션은 걷기를 단지 일상적 행위가 아니라 지식을 만들고 감각을 매개하며 사회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오브젝트-방법(object-method)’으로 제시했다.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의 경계를 허무는 이러한 시도는 한국 사회의 지형, 기술, 공동체, 정동을 새롭게 탐색할 수 있는 실험적 통로를 제시하고, 한국학이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유연하게 재구성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