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글로벌 한류팀은 첫째 날 마지막 세션에서 “Imagine the Alternative with/through K-culture”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해당 세션은 서지영(서울대)이 사회를, 토론은 이규탁(조지메이슨대) 교수와 방희경(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네 발표자는 교육과 케이팝, 버추얼 아이돌, 초국적 팬덤, 그리고 볼리비아 청년들의 케이팝 소비라는 서로 다른 장면을 통해 K-컬처가 기존의 사회적 질서와 문화적 위계를 어떻게 드러내고,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양태를 탐구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는 “Education, K-pop and the Moral Economy of Fair Competition”을 주제로, 한국의 교육 경쟁과 케이팝 콘서트 티켓팅을 비교하며 희소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공정성의 문제를 분석했다. 두 영역 모두 제한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참여자들은 결과의 불평등보다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가 정당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이때 매크로 이용이나 VIP 초대와 같은 사례는 경쟁 절차를 우회하는 행위로 인식된다. 발표는 ‘누가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받는가’라는 질문의 제기로 나아갔다. 한국 팬과 해외 팬, 팬과 비팬, 일반 구매자와 VIP 이용자 사이의 경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희소성이 지속되는 한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발표자는 경쟁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왜 교육과 문화적 경험이 이처럼 희소한 경쟁에 의존해야 하는지를 함께 질문하기를 요청했다.

엄혜경(University of Liverpool) 교수는 “Platformitization and Re-intermediation in the Rise of the Virtual Idol Industry in South Korea”를 통해 버추얼 아이돌 산업의 성장과 그와 관계하는 기술적·산업적 변화를 살펴보았다. 플레이브와 메이브를 중심으로 한 분석은 버추얼 아이돌이 그저 인간 아이돌을 대체하는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실시간 모션 캡처, 그래픽 엔진,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과 행위자들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산업적 구성물임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매니지먼트의 역할은 기술자, CGI 아티스트, 콘텐츠 제작자 등 새로운 중개자들에 의해 재편된다. 동시에 팬들은 버추얼 아이돌의 진정성을 인간 아이돌 팬덤의 가치와 연결해 해석하며, 기술적 결함이나 불완전함조차 진정성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발표는 이러한 변화가 케이팝의 생산과 소비,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 그리고 한류의 글로벌 확장 방식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제기하는지 질문했다.


미아 신루이 리우(Mia Xinrui Liu, The University of Sheffield)는 “‘FOREIGN CHICKS’ DON’T KNOW K-POP: Anti-Western Discourse and Imagined East Asianness in Chinese K-pop Fandom”을 주제로, 중국 케이팝 팬덤에서 나타나는 반서구 담론과 동아시아 정체성의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민족지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발표는 중국 팬들이 서구 팬들을 케이팝에 대한 지식과 헌신이 부족한 ‘타자’로 상상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때 팬덤의 권위는 얼마나 지불하고, 얼마나 알고,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가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의 주장으로 확장된다. 중국 팬들은 한국 팬들과의 긴장 속에서는 중국인으로 위치 지어지지만, 서구 팬들과 마주할 때에는 자신을 보다 넓은 ‘동아시아 팬덤’의 일원으로 상상하기도 한다. 발표는 이러한 정체성의 전환이 서구 중심의 문화적 위계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팬덤 내부에 또 다른 위계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초국적 팬덤은 문화적 권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협상과 재구성의 공간으로 제시되었다.

세바스티안 우리오스테(Sebastián Urioste, La Rochelle Université) 교수는 “‘Asian Imaginary’ in the Andes: Bolivian Youth and the Appeal of K-Pop”을 주제로, 볼리비아 청년들의 케이팝 소비가 구성하는 아시아의 이미지와 그 문화적 함의를 탐구했다. 볼리비아의 도시 청년들, 특히 원주민 청년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에게 한국 문화상품은 자국의 삶과 미국 중심의 문화적 상상력 모두를 넘어서는 외부의 영감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상상은 한국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이자 이상화된 신체적 아름다움과 연결된 대상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라틴아메리카 오리엔탈리즘’을 동반한다. 발표는 이러한 현상이 탈식민화의 과정과 세계적 문화 헤게모니의 재편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현상임을 강조했다. K-컬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지만, 그 상상 역시 고정관념과 이국화의 논리를 통해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션에서 글로벌 한류팀은 K-컬처를 공정성, 기술, 팬덤, 정체성, 문화적 상상력이 서로 얽히는 장으로 읽어냈다. 네 발표는 서로 다른 연구 대상과 방법을 취했지만, 공통적으로 K-컬처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경계와 위계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문화적 각축장임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한류팀은 “Korea as Method”이라는 학술대회의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K-컬처를 통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뿐 아니라, 그 대안적 상상은 어떤 조건과 한계 속에서 구성되는지를 함께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