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글로벌 한류팀은 둘째 날 두 번째 세션에서 “Hallyu as Platform”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홍석경(서울대) 교수의 사회 아래, 네 발표자는 한류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문화콘텐츠에 한정하기보다 문화적 생산과 소비, 팬덤의 실천, 그리고 문화적 규범이 형성되고 순환하는 생태계로 이해하고자 했다.

진달용(Simon Fraser University) 교수는 “Hallyu as a Platform in a Globalized 21st Century: From a Cultural Form to a Cultural Ecosystem”을 주제로, 한류가 하나의 문화적 형식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생산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발표는 한류의 플랫폼적 성격을 개방성, 어포던스, 서사, 네트워크라는 네 가지 논리를 통해 설명했다. 한류는 글로벌 창작자와 관객이 문화적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장을 제공하며, 글로벌 플랫폼 및 지역 문화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생산과 유통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한류는 서구 중심의 문화적 흐름에 대한 대항적 힘일 뿐 아니라, 한국과 글로벌 문화산업이 상호 협력하는 ‘윈윈(win-win)’의 문화적 생태계를 형성하는 모델로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발표는 한류를 완성된 문화상품의 수출이 아닌, 다양한 행위자와 문화적 실천이 결합하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생태계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이은정(Freie Universität Berlin) 교수는 “‘Korea as Method’ and the Judgment Systems of the Korean Wave”를 주제로, 한류를 둘러싼 문화적 판단과 분류의 체계를 분석했다. 발표는 ‘진정성’이나 ‘원본과의 유사성’을 평가하는 방식과, 문화적 산물의 출처를 밝히는 귀속(attribution)의 방식을 구분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문화적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K-pop, K-beauty, ‘Korean’과 같은 얇은 범주(thin categories)는 특정한 본질이나 소유자를 전제하기보다 출처를 명시하는 절차를 통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류는 특정 국가가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문화적 범주라기보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이름을 부여하고 사용하며 재구성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이해된다. 발표는 “Korea as Method”를 한국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정의가 아니라, 문화적 판단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누가 기준을 설정하며 그 기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질문하는 분석적 방법으로 제시했다.

정수경(Freie Universität Berlin)은 “Writing Korea as Method: Relational Authorship in Korean Television Drama”를 주제로,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의 저자성이 생산 과정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구했다. 발표는 드라마 제작에서 작가가 점차 자본과 플랫폼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과 평판은 여전히 작가에게 귀속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관계적 저자성(relational authorship)’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저자성이 개인의 창의적 능력이나 산업적 구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는 비대칭적 저자성, 그리고 시청자의 반응이 대본 작성 과정 중에 도달하는지 혹은 작품이 완성된 이후에 도달하는지를 분석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 작가의 경험은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에서 저자성과 창작의 책임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으로 제시되었다.

한울(서강대) 교수는 “Hallyu as a Platform of Normative Circulation: K-pop Fan Duties Across Language Settings”를 주제로, 서로 다른 언어권의 케이팝 팬덤에서 팬의 의무와 실천 규범이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분석했다. 발표는 한국어와 영어로 생산된 팬 제작 캠페인 자료를 비교하여 스트리밍, 투표, 구매와 같은 팬 실천이 양쪽 언어 환경에서 어떻게 반복적으로 요구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두 언어권의 팬들은 공통적으로 공식 발매 일정과 플랫폼 규칙을 따르며 특정한 방식으로 투표하고 구매하고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유하지만, 실제 실천 방식은 각 시장의 유통 경로와 플랫폼 체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는 이러한 현상을 ‘규범적 순환(normative circulation)’으로 개념화하며, 한류 플랫폼이 콘텐츠뿐 아니라 팬덤의 행동 규범과 참여 방식까지 국경을 넘어 순환시키는 장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시된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규범의 기원이나 일방향적 전파 경로를 확정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번 세션은 한류를 유통되는 문화콘텐츠나 기술적 플랫폼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 문화적 생산과 판단, 저자성, 팬덤의 규범이 형성되고 순환하는 관계적 생태계로 확장했다. 네 발표는 서로 다른 연구 대상과 방법을 취했지만, 공통적으로 한류가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과 협력의 장을 열어주는 동시에 특정한 기준과 규범, 권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플랫폼임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한류팀은 한류가 무엇을 생산하고 유통하는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가 판단하고 책임지며 어떤 규범이 순환하는지를 함께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