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의 둘째 날, 「한국 정치경제(Korean Political Economy)」 세션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30호에서 진행되었다. 권현지(서울대학교) 교수의 사회 아래 티모 플레켄슈타인(런던정경대학교), 강나희(킹스칼리지 런던), 크리스토퍼 카투키(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세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사회정책 개혁, 중진국 함정의 극복, 녹색산업 전환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취를 가능하게 한 제도와 정치가 새로운 사회경제적 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한계를 드러내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티모 플레켄슈타인(런던정경대학교)은 「의도된 정책역량의 부재? 대통령, 정당, 그리고 한국 사회개혁의 정치(Policy Incapacity by Design? President, Parties, and the Politics of Social Reform in South Korea)」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인빈곤, 저출생, 교육경쟁 등 한국사회의 주요 문제가 경제적 불안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역대 대통령과 정당들이 사회정책을 둘러싸고 경쟁하며 상당한 개혁을 추진했음에도 근본적인 불안정이 지속되는 이유를 노동시장과 복지개혁의 제도적 조건에서 찾았다. 특히 강력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헌정구조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혁 역량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사회개혁을 지속하기 위해 정당을 중심에 두는 헌정제도의 재구성을 제안하였다.

강나희(킹스칼리지 런던)는 「중진국 함정과 고소득국 전환: 한국은 드문 성공 사례인가, 예외적인 사례인가?(Middle-Income Trap and High-Income Transition: Is South Korea a Rare Case of Success or a Case of Exceptionalism?)」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중진국 함정 연구의 관점에서 재검토하였다. 기존 발전연구에서는 서구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발전의 표준으로 삼는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왔으며, 동아시아의 성공 역시 결국 서구의 경로를 뒤따른 사례인지 아니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예외인지 모호하게 평가되어 왔다. 강나희는 이러한 양자택일적 시각이 중진국 함정 연구의 이론적 발전을 제약한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을 심층 사례로 분석함으로써 동아시아를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실제로 중진국에서 고소득국으로 전환한 드문 성공 사례로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그 경험에서 다른 국가들의 발전경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이론적·경험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카투키(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는 「장애물, 대화 상대, 파트너: 한국 녹색에너지 국가전략에서 조직노동의 논쟁적 역할(Obstacle, Interlocutor, Partner: The Contested Role of Organised Labour in South Korea’s Green Energy Statecraft)」에서 한국의 녹색산업 전환에서 노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를 분석하였다. 한국 국가는 2000년대 후반부터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자본과 산업고도화를 조정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전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받는 조직노동을 정책의 전략적 주체로 포괄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보수정부가 노동조합을 주로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았다면, 진보정부는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영향력은 제한된 대화 상대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주요 노동조합은 최근 녹색산업 구조조정의 설계와 집행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정책 파트너의 지위를 요구하고 있다. 카투키는 이러한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한국 녹색에너지 국가전략의 핵심적인 약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하였다. 국가는 미래 녹색산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할 역량은 갖추었지만, 전환의 분배적 결과를 협상하고 기업 이외의 행위자를 전략적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는 역량은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 발표가 끝난 뒤에는 박명준(한국노동연구원), 박현석(국회미래연구원), 조가희(셰필드대학교), 이준구(한양대학교)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날의 세 발표는 한국 정치경제의 성공 자체보다 그 성공을 만들어온 제도와 발전방식이 새로운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한계를 보이는지를 공통적으로 질문하였다. 대통령 중심의 정치구조는 지속적인 사회개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한국의 고소득국 전환 경험은 기존 발전이론의 예외로 처리되기보다 새로운 발전경로를 탐색하는 이론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녹색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역량 역시 노동을 동등한 정책 파트너로 포괄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전환의 역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를 통해 세션은 한국 정치경제를 완성된 성공모델로 바라보기보다, 성장 이후의 사회개혁과 분배,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 국가와 정당, 기업과 노동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과정으로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