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이 “Korea as Method”를 주제로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의 둘째 날, 「현대 한국사회의 주변부 삶(Lives at the Margins of Contemporary South Korea)」 세션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30호에서 진행되었다. 박소정(한양대학교)의 사회 아래 김선우(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심선(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이주은(하버드대학교), 송호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몬터레이베이)의 네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1인 가구의 고독, 장애와 감각의 정치, 무연고 사망, 노년 여성의 디지털 가시성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에서 주변화된 삶이 어떻게 공간과 제도, 감각, 관계와 시간을 통해 구성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김선우(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는 「조율된 비대면: 오피스텔 도시주의와 한국에서 일상적 고독의 조직(Calibrated Non-Encounter: Officetel Urbanism and the Organisation of Everyday Solitude in Korea)」에서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를 개인의 선택이나 불안정성의 결과로 보는 관점을 넘어, 도시 인프라가 일상적 고독을 어떻게 조직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수도권의 고밀도 오피스텔에서 수행한 감각민족지 연구를 바탕으로, 복도와 엘리베이터, 배달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 건축 규정과 주민들의 신체적 조정이 결합해 강한 공간적 근접성 속에서도 타인과 마주치지 않는 ‘조율된 비대면(calibrated non-encounter)’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익명성과 고독을 관계의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사회물질적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도시적 삶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였다.

심선(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은 「향기로운 생태, 장애, 그리고 한국의 분위기(Perfumed Ecologies, Disability, and Atmospheres in Korea)」에서 자폐 예술가 진리와 가족의 일상을 중심으로 돌봄과 통제가 감각적 환경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진리의 집에서 섬유유연제와 방향제, 세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상쾌함’은 장애인 가족을 불결하거나 돌봄이 부족한 존재로 보는 낙인에 대한 대응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적 돌봄 규범과도 연결된다. 심선은 이를 ‘향기로운 생태(perfumed ecologies)’로 개념화하고, ‘시원하다’와 ‘개운하다’ 같은 한국적 감각언어를 통해 청결과 돌봄, 정상성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경험이 장애 통치와 분위기의 권력을 새롭게 이론화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주은(하버드대학교)는 「무관계성을 넘어: 현대 한국사회의 무연고와 사후 관계성의 정치(Beyond Relationlessness: Muyŏn’go and the Politics of Posthumous Relationality in Contemporary South Korea)」에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을 통해 죽음 이후의 관계가 어떻게 사회적·제도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네트워크에 대한 민족지 연구를 바탕으로, ‘무연고’를 생전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사람의 상태로 이해하기보다 어떤 관계를 사회와 제도가 ‘연고’로 인정하는가의 문제로 접근하였다. 경제적 불안정, 제도적 편향, 역사적 조건과 서로 다른 관계성의 기준에 따라 누군가가 무연고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의 ‘무관계성’은 본질적 상태가 아니라 관계를 인정하거나 배제하는 사회적 실천을 통해 만들어지는 범주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송호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몬터레이베이)은 「진정성으로서의 노화: 한국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시간적 전문성과 디지털 여성성(Aging as Authenticity: Temporal Expertise and Digital Femininity in South Korea’s Senior Influencers)」에서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Milanonna)’를 운영하는 장명숙의 사례를 통해 노화가 디지털 문화에서 새로운 진정성과 권위의 원천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하였다. 젊음과 속도, 자기계발이 강조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장명숙의 우아함과 느린 말투, ‘웰에이징’에 대한 강조는 노년 여성의 몸을 주변부가 아닌 권위의 위치에 놓는다. 송호진은 이를 축적된 삶의 시간이 신뢰와 권위로 전환되는 ‘시간적 자본(temporal capital)’과 ‘연령 진정성(age-authenticity)’의 개념으로 설명하며, 한국의 압축적 근대성과 급속한 고령화가 디지털 여성성과 인플루언서의 진정성을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조민서(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와 김예란(광운대학교)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날의 네 발표는 서로 다른 형태의 ‘주변부’를 살펴보았지만, 주변성을 개인에게 내재한 고정된 속성으로 이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고독은 도시 인프라를 통해 조직되고, 장애와 돌봄의 규범은 감각적 분위기를 통해 구성되며, ‘무연고’는 제도가 인정하는 관계의 경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동시에 노화는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권위와 진정성의 자원이 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세션은 현대 한국사회의 주변부를 단순히 중심에서 배제된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비관계, 정상성과 차이,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경계가 새롭게 구성되는 장소로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