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지 정보
- 저자: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 게재지: 『사회와이론』 통권 제52집
- 발행일: 2025년 11월
- 페이지: pp. 83-124
■ 국문 초록
이 논문은 『채식주의자』(2007)의 주인공 영혜를 '시대횡단자'로 개념화하고, 그 사회이론적 의미를 징후학의 관점에서 독해한다. 여기서 시대횡단자는 특정 시대의 조건들을 넘어 이후 시대로 이동하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적 가치를 선구적으로 구현하는 사고와 실천의 주체를 가리키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용어다.
이 연구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영혜가 어떤 점에서 시대횡단자로 읽힐 수 있는지를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논의한다. 첫째, 한강 문학 전반의 윤리적 지향과 대비하여 『채식주의자』의 독특성을 생명과 죽음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분석한다. 둘째, 영혜가 육식 거부와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을 거쳐 '나무-되기'에 이르는 탈주체화의 과정을 촉발한 두 개의 꿈을 분석한다. 셋째, 기존의 사회적 정체성이 해체되고 인간 주체성의 바깥으로 밀려난 영혜가 끝내 직면하는 진실이, 자신이 먹어 온 생명체들의 얼굴이었다는 점을 밝힌다. 넷째, 이러한 인간으로부터의 탈주를 기독교 신학의 개념인 케노시스를 통해 해석한다. 다섯째, 『채식주의자』가 보여주는 인간성의 케노시스가 인류세라는 시대 조건 속에서 지니는 영성적 함의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한강의 이 소설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미래적 가치들(포스트휴머니즘과 탈성장)을 표방하면서, 시대횡단적 주체성을 형상화한 대표적 텍스트임을 주장한다.
■ 주요 단어: 한강, 『채식주의자』, 시대횡단자, 징후학, 케노시스, 페이션시, 인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