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2025 SNU 국제컨퍼런스 세션 - Reading Cultural Symptoms of Korea
2025-09-17
서울대학교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 “Korea as Symptom”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첫째 날 마지막 세션에서 K-Future 팀은 “한국의 문화적 징후 읽기(Reading Cultural Symptoms of Korea)”라는 이름의 패널을 아시아연구소 230호에서 진행하였다. 본 세션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이동신 교수의 사회 아래, 세 명의 발표자가 각기 다른 주제와 관점을 통해 한국 사회 속 문화적 징후를 읽어내는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첫 번째 발표에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San Francisco State University) 스티브 최(Steve Choe) 교수는 “징후로서의 공감(Sympathy as Symptom)”을 제시했다. 그는 K-드라마를 둘러싼 논의 중 가장 자주 언급되면서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주제, 바로 “감정(feeling)”이라는 문제를 조명했다. 특히 K-드라마의 서사에는 대화와 행위 사이에 놓이는 일련의 장면들이 있는데, 그는 이를 ‘정서적 간주곡(affective interlude)’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드라마 속 이러한 간주곡 혹은 막간은 진실한 감정을 하나의 장관(spectacle)으로 연출하며, 시청자들이 이에 공감하거나 분노하고, 울거나 민망해하며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흔히 한국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도덕성과 미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두 번째 발표에서 대만 정치대(National Chengchi University) 첸중원(Tzung-wen Chen) 교수는, “모방의 논리 이면과 그 너머(Behind and Beyond the Logic of Imitation)”를 주제로 한국의 기술 발전에 대한 전통적 설명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의 기술 발전은 오랫동안 ‘모방에서 혁신으로(imitation to innovation)’로 대표되는 서사로 이해되곤 했지만, ‘조립(assemblage)’ 혹은 ‘창조(instauration)’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모델은 더 이상 적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생산을 둘러싼 역사를 사례로 들면서, 조립의 초기 단계부터, 기술 혁신은 형태, 개념, 가치와 같은 이질적 요소들이 다층적인 수준에서 구성된 조립체로 작동해 온 지속적 과정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그는 이 경향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K-pop이나 음식 산업의 성공 사례에서도 유사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 발표는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나탈리 뤼카(Nathalie Luca) 교수의 “The Rise of Neoliberalism in South Korea: Success or Failure, Dream or Nightmare?”이었다, 그녀는 1980년대 순복음교회와 통일교회 등이 종교적 태도와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결합시킨 과정을 설명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신자유주의가 종교에 침투하는 능력’에 대한 분석이었다. 발표자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종교보다 경제가 우위를 점하는 구조를 날카롭게 짚으며, 종교 제도와 영적 지도자들이 시장의 논리와 요구에 맞춰 교리와 실천을 조정해 나가는 방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뤼카 교수가 소개한 한국의 종교 집단은 더 이상 시장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신자유주의의 명령에 응답하면서 스스로의 교리를 재구성하고, 실천을 시장의 흐름과 정합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찰은 볼탕스키와 시아펠로의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자본주의가 비판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재구성해온 방식—과도 깊은 공명을 이루며, 종교와 자본주의, 정동과 교리의 재구성이 맞물리는 오늘날의 장면을 성찰하게 만든다.
세 발표는 서로 다른 영역—대중문화, 기술, 종교—을 통해, 한국 사회가 드러내는 징후들을 정동, 조립,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적응이라는 렌즈로 읽어내며, 한국의 문화적 징후 읽기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